학명 Victoria amazonica
과명 수련과(Nymphaeaceae)


빅.토.리.아.수.련

아마존 강의 절대 강자

글_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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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여미지식물원의 상징적인 식물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빅토리아수련은 현재 전세계적으로도 더욱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롱우드가든에서는 최근 빅토리아수련에 관한 책을 발간하고 특별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특히 해마다 여름철 많은 식물원에서 이 굉장한 식물의 존재감은 매우 높다.


   빅토리아수련은 지름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잎과 커다랗고 매우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명실공히 수련의 왕이라 할 수 있다. 빅토리아수련은 아마존 강에서 자라는 아마조니카와 파라과이에서 자라는 크루지아나 두 종이 있다. 빅토리아수련이 처음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837년 영국의 식물학자 존 린들리(John Lindley)에 의해서였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이 엄청난 식물은 때마침 직위에 오른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붙여 빅토리아 레지아(Victoria regia)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20세기에 이르러 빅토리아 아마조니카(Victoria amazonica)로 변경되었다. 린들리의 발견 이후 세인들의 많은 관심 속에 이 식물을 누가 최초로 인위적인 환경에서 재배에 성공할 것인가가 큰 이슈가 되었는데, 1849년 11월 드디어 데본셔 공작의 가드너였던 조지프 팩스턴(Joseph Paxton)이 따뜻한 아마존강의 습지 서식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여 빅토리아수련의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당시 석탄보일러가 전부였던 영국의 겨울 이 같은 시도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팩스턴은 또한 빅토리아수련의 잎의 복잡하면서도 튼튼한 골격과 잎맥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로마 성베드로 성당의 네 배에 이르는 수정궁을 설계하기도 했다.

한편 빅토리아 아마조니카의 형제뻘인 빅토리아 크루지나아(Victoria cruziana)는 프랑스의 자연주의자 알시드 오르비니(Alcide d'Orbigny)에 의해 볼리비아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페루와 볼리비아의 대통령이었던 안드레스 데 산타크루스(Andres de Santa Cruz)의 이름을 따 크루지아나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재배 역사와 출생의 비밀


   이름이 다른 만큼 이 두 종의 빅토리아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자라는 환경이 약간 달라서 크루지아나는 아마조니카보다는 약간 더 차가운 온도에서 자란다. 또 잎의 생김새가 다른데 아마조니카는 잎 가장자리가 평평한 대신 크루지아나는 10센티미터 높이의 테두리를 형성한다. 잎의 색깔 또한 다른데 아마조니카의 잎 뒷면은 약간 불그스름하고 크루지아나는 그렇지 않다. 만약 이들 두 형제의 딱 중간 정도의 또 다른 빅토리아수련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이 같은 호기심으로 롱우드가든에서는 1957년 패트릭 넛(Patrick Nutt)이라는 이름의 가드너에 의해 세계 최초로 빅토리아 롱우드 하이브리드(Victoria ‘Longwood Hybrid’)가 탄생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마조니카와 크루지아나의 장점만 닮은 자식이 태어난 셈이다. 즉, 추위에 강하며 잎은 더 크고 가장자리 테두리가 적당히 올라가며 뒷면의 색은 더욱 눈에 띄는 구릿빛을 띠는데 꽃도 더 크고 많이 열린다. 하지만 이 종은 F1 교잡종이므로 매번 부모 종 간의 교배를 통해 씨앗을 받아 키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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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깔과 향기로 말하는 꽃의 언어


   빅토리아수련은 딱 이틀 동안 꽃이 핀다.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꽃이 올라오지만 각각의 꽃은 첫째 날 순백색으로 피어나 둘째 날 분홍빛으로 물들고는 물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첫날 피어나는 꽃은 향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진하다. 꽃은 열기도 발산하는데 이는 모두 이 꽃에 머물길 좋아하는 밤손님, 바로 딱정벌레를 위한 것이다. 딱정벌레는 향기와 온기에 이끌려 첫날 밤 활짝 열린 꽃속으로 들어가는데 밤이 깊어가며 꽃은 문을 닫아 버린다. 꽃 속에 갇힌 딱정벌레는 이튿날 밤에야 다시 풀려나는데 이때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채 다른 꽃으로 가 수정을 시켜주는 것이다. 종 번식에 가장 중요한 씨앗 만들기를 도와주는 딱정벌레를 위해 방도 따뜻하게 해주고 좋은 향기를 아낌없이 발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못하는 식물이 이렇게 고도의 술책을 쓰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은 강자의 무기

  

 아마존이라는 거친 정글 속의 강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남기 위해 빅토리아수련은 온몸을 가시로 무장했다. 가시는 아주 억세고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쉽게 상처가 날 정도다. 또한 잎들은 더 많은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최대 지름 3미터까지 커지며 물 위 영역을 차지한다. 역시 잎의 밑면에도 온통 가시 투성이다. 억센 잎맥 구조가 고도로 발달하여 센 바람이 불어도 잎이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 적당한 수심으로 유지되는 따뜻한 열대의 강물이 변하지 않는 한 빅토리아수련을 위협하는 존재는 거의 전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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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똥과 정원사의 땀을 먹고 자란 빅토리아수련


   여미지식물원의 빅토리아수련은 국내로서는 처음 동경대학교로부터 도입이 되어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그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롱우드가든 등 다른 세계적인 식물원과의 교류 및 정보 교환을 통해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다. 빅토리아수련이 워낙 거름을 좋아하고 왕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재배 초기에는 잘 숙성된 소똥을 흙과 섞어 특별 조제한 ‘주먹밥’을 정기적으로 화분 속에 넣어주었다. 빅토리아수련은 매년 씨앗을 발아시켜 새롭게 키워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마치 애를 하나 키우듯 맣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빅토리아수련을 알맞은 크기의 화분으로 계속해서 옮겨주고 마침내 전시 장소로 내놓기까지 늘 잘 보살펴야 하는데, 빅토리아수련이 전시 연못에 나가고 나서도 할 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날이 더워지면서 점점 더 크고 왕성하게 자라는 빅토리아수련은 더 많은 양분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오래되어 손상이 되기 시작하는 잎들은 깨끗하게 잘라주어야 한다. 이때쯤에는 가시가 아주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에 정원사의 손과 팔뚝에는 여지 없이 생채기들이 생긴다. 꽃이 피기 시작하고 꽃들이 절정을 이루는 8월 말이나 9월쯤에는 꽃들을 수정시켜 씨앗을 만들도록 해야 하는데, 딱정벌레가 없기 때문에 정원사가 직접 붓을 이용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수정을 시켜준다. 물론 어떤 종의 씨앗이 필요한지에 따라 어떤 꽃가루를 어떤 종의 암술머리에 묻혀줄 것인지가 달라진다. 잘 익은 씨앗들은 이듬해 1월 다시 발아시키기 전까지 적당한 온도로 유지하며 저장을 해준다. 이 모든 일들 외에도 전시 공간은 관람객들이 즐기는 공간이므로 연못과 식물의 상태는 언제나 최상으로 보기좋게 유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빅토리아수련을 키우는 정원사의 하루하루는 늘 옷장화 속에서 땀과 물로 젖어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껴볼 수 없는 어떤 진한 향기로 남게 되고, 정원사는 다시 또 그 일을 해마다 반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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