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Pandanus utilis
과명 판다누스과(Pandanaceae)


판.다.누.스
수려하고 다재다능한 열대 바닷가의 나무
글_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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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돈으로 값을 매기자면 여미지식물원에서 가장 비싼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주인공은 바로 판다누스 유틸리스(Pandanus utilis). 깔끔하고 수려한 외모에 피부도 매끈하고 병해도 거의 없어 늘 건강하며, 특히 줄기로부터 뻗어나온 뿌리들이 땅을 든든하게 지지하고 있는 모습이 한번 보면 반할 정도로 강렬한 포스가 있는 나무! 아직 어린 나무는 날씬하게 잘빠진 몸매를 과시하는 한편, 크게 성장한 판다누스는 키만큼이나 넓게 형성된 균형잡힌 수관과 피라미드 모양으로 자리잡은 수많은 기근(지주뿌리)들이 마치 전장의 선두에 완전무장을 하고 서있는 장수와 같이 늠름하다. 



   판다누스의 독특한 외모


   생김새를 자세히 보면 길다란 창같이 생긴 잎들이 가지 끝에서 나선형으로 돌며 순차적으로 달리는데 이 때문에 영어로는 스크루 파인(Screw Pine)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소나무 종류를 뜻하는 파인이라는 말은 왜 붙었을까? 사실 판다누스는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외떡잎식물이라는 점을 빼고는 소나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공처럼 생긴 열매에 씨앗들이 빼곡히 박혀 있는 모습이 솔방울과 아주 약간 비슷할 뿐이다. 판다누스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다른데 열매는 당연히 암그루에만 달린다. 마치 파인애플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열매는 익어감에 따라 녹색에서 오렌지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열매는 바닷물에 뜰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섬으로 쉽게 흘러가 번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많은 해안 식물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수그루에 달리는 수꽃은 작은 꽃들이 꽃줄기를 따라 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피는데 멀리서 보면 꼭 박쥐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다지 꽃이 인상적이진 않기 때문에 차라리 열매가 큼직하게 달리는 암그루가, 특히 미국의 플로리다 같은 지역에서 조경용으로 많이 쓰인다. 대신 수꽃은 향기가 진하기 때문에 그것이 하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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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지주뿌리


   판다누스의 잎이 진 자리에는 매년 자국이 남아 오래된 잎자국들이 가지 둘레를 따라 나선형으로 돌며 수많은 고리모양을 이루는데 이 모습 또한 판다누스가 가진 매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볼 만한 것은 바로 뿌리다. 보통 땅속에서 자라기 마련인 나무의 뿌리들이 기근의 형태로 땅 위의 줄기로부터 자라나와 밑둥 부근을 둘러싸며 그대로 땅으로 박혀 있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정원에 새로운 나무를 심고 난 후 삼각 지지대를 해주듯, 이 기근들은 나무를 굳건히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원래 판다누스가 바닷가 출신이기에 모래밭에서 바닷물이나 바람에 쓸려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뿌리가 이런 모양으로 발달했다. 이들 뿌리는 가뜩이나 무성한 잎들과 가지들로 무거운 나무 상단부의 무게를 지탱해주기도 하고 또한 나무가 곧게 자라게 해주기도 한다. 뿌리만 보면 망그로브라는 나무와도 비슷한데 그보다 훨씬 곧고 튼튼하게 생겼다. 이러한 뿌리들이 모래언덕 등 토양의 침식작용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판다누스는 해안가 지역의 침식 방지용으로 식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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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낌없이 주는 나무


   판다누스 속에 포함되는 식물들은 주로 열대 태평양에 있는 섬들이 원산지로 500-1,000종에 이를 정도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 용도 역시 매우 요긴한데, 태평양 지역에서 이 나무는 코코넛 다음으로 중요하게 쓰인다. 그중 판다누스 유틸리스는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로 재배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고, 특히 유틸리스(utilis: 라틴어로 ‘유용한’이라는 뜻)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다재다능한 용도로 쓰인다. 우선 열매는 식용이 가능하다. 단, 조리를 해야만 먹을 수 있는데 전분질이 많고 독특한 향이 있어 동남아에서 카레와 곁들여 많이 이용하고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에 넣는 재료로도 활용한다. 또한 이 열매는 다람쥐와 같은 포유동물에게도 인기다. 인도에서는 수꽃으로부터 케우라(kewra)라는 향신료를 추출하여 음료와 디저트에 이용하기도 한다. 품질 좋은 섬유질 덩어리인 잎 역시 중요하게 쓰인다. 공예가들이 주로 돗자리나 바구니, 가방 등을 만드는 재료로 쓰고, 지붕을 잇는 건축용으로, 그리고 의류와 직조물 등에도 널리 쓰인다. 잎들은 특히 왁스층으로 덮여 있어 바스켓과 지붕을 더욱 폼나게 하고 심지어 방수 기능까지 갖추게 해준다.


   건조와 강풍, 염분에 강하면서 이렇게 쓸모가 많은 판다누스 유틸리스는 병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건강한 체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열대의 바닷가에 이만한 식물이 또 있을까? 그런 귀중한 나무를 여미지식물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정원이라는 공간에 판다누스와 같은 이국의 나무들은 포컬 포인트(focal point)가 되어 색다른 볼거리로서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처럼 그 나무에 얽힌 많은 사연과 의미를 방문객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판다누스 유틸리스의 씨앗은 두세 달 정도 걸려 발아하며, 지역민들은 주로 가지를 삽목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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